들 공부 3 - 박꽃
여기 아니면 이제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네
박꽃 핀 지붕에 보름달이 앉았다 사라지는 일처럼
눈 쌓인 담 위로 찬별이 주렁주렁 열렸다 지는 일처럼
이곳은 잠시 잠깐 한사코 머무르지 않고 사라질 테니
지금 아니면 이제 알 수 있는 시간은 없네
물 위에 물새가 발자국 찍고 사라지는 일처럼
물뼈가 부서져 물 비린내를 잠깐 내는 일처럼
잠깐 한 순간 눈 깜짝할 동안 볼 수 있을 테니
여기 지금 내가 아니면 살 수 있는 삶은 없네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이곳의 땅에서
바로 내가 함부로 애틋하게 발딛고 살면서
넘어지고 아파하면서 수두룩하게 살 테지만
정성을 다하지 않는 순간으로 살 수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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