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노래는 부를 생각도 못하고
가슴에 울음만 꽉 찼던
콧수염이 억센 사내가 있었네
입술 꽉 깨물어 살다가도
막걸리 잔 사발에 취하면
흥에 겨워 덩실 덩실 춤추던
검은 눈동자의 떼보
청산 계곡의 메아리처럼
제 심금心琴에서 우러나는 노래 찾아
땅 속 어둠을 한참 헤매더니
오동나무 잎새 확성기 삼아
마침내 뱉어내는 속울음
벼이삭의 귀를 적시네
노을 같은 서러움 머금고
옷자락 파르르 떨던 생애,
어찌 그리 속울음 많던지
등에까지 달라붙은 뱃주름
한껏 폈다 접으면
막힌 울음 시원하게 트여
눈부신 들녘 다 들썩이네
햇볕에 눈먼 8월 오후
그리도 찾아 헤맨 노래
참나무 숲 바람의 목청이었을까
한꺼번에 찾아 들어
파란 하늘 맴도는 잠자리 떼,
한꺼번에 떼 지어 내지르는
사내들의 합창合唱
참매 한 마리 허공을 맴돌다
제 둥지 속으로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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