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국수>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 閼雲曲 -시 2009.09.04
백석의 <통영> 통영(統營)1/ 백석............ 옛날에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아직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 같이 말라서 굴 껍질처럼 말없이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 閼雲曲 -시 2009.08.28
백석의 <여승> 백석의 '女僧(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정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 아이를 때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閼雲曲 -시 2009.08.28
한용운의 <인연설> 인연설 1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 閼雲曲 -시 2009.08.25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 閼雲曲 -시 2009.08.25
함민복의 글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에게 >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에게 함민복 한 아름에 들 수 없어 둘이 같이 들어야 하는 긴 상이 있다 오늘 팔을 뻗어 상을 같이 들어야 할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상 위에는 상큼하고 푸른 봄나물만 놓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운 찌개 매.. 閼雲曲 -시 2009.07.17
안도현의 <사랑한다는 것> 부부 ****용혜원 차가운 세파에 얼음처럼 굳어져서 어찌할 바 몰라 하다가도 당신의 미소 앞에 눈 녹듯 녹아 내리는 내 가슴은 어찌 보면 너무도 철없는 아이 같지만 한 세상 살아가는 길목에서 서로 만나 화를 낸들 무얼 하며 속절없이 고집한들 무얼 하겠소 하늘 연분으로 맺어져 한 지붕 아래 살아가.. 閼雲曲 -시 2009.07.17
조지훈의 山中問答(산중문답) 산중문답 ㅡ조지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삽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어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 閼雲曲 -시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