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며
..........."아이들을 만나는 1년의 시간은 그들의 삶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며,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은 아주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 짧은 시간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아이들 인생전체가 이렇고 저렇다고 판단하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전 학급 소풍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온수역을 지나던 길이었다. 전철 안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 아이와 악수하고 자리에 앉아 그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개월 동안 염색 공장에서 일했으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한 울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살아가는 꿈"을 가지고 양말 만드는 공장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부모가 이혼을 하여 아버지와 둘이 살았으며,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간경화로 돌아가셨다. 그 후 고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다시 살게 되었다. 그 아이는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해 본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함께 먹는 일"을 삶의 소망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내가 “ 너! 참! 잠이 많았었는데....”하고 말하자 그 아이는 말했다.
...........“선생님! 아직도 모르셨어요. 학교에서 엎드려 있던 모습만 보셨어요. 그 때 학교 밖에서 제 삶이 더 많이 이루어졌어요. 만약 후배들 앞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 지금 학교생활의 모습이 후배들 전부의 모습이 아니고 일부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요.”...........
그 아이에게서 더 이상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고, 자기 인생을 정성껏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게으른 아이가 아니었으며, 불쌍한 아이도 아니었다. 그 아이는 불리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정직한 소망’을 가슴 속에 담고 있었다. 일상이 고통과 가난이었지만, 그 삶의 경험 속에서 자기의 정직한 꿈을 찾아내 땀 흘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아이는 “선생님! 건강하세요!”하고 인사하면서 전철을 내렸다. 나는 창밖으로 눈길을 주면서 생각했다.
.............“일부의 행동과 모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상대와의 인간관계를 경직시킨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심한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연습과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기의 소망과 의사표현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존재이다. 비언어적인 몸짓이나 행동으로도 표현한다. 때로 공격적으로 표현하며, 때로 자기를 짓눌러 의사표현을 한다. 교사인 내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교사인 내게 ‘눈에 보이는 행동’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소망’을 읽어내는 마음의 눈이 필요하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떠나는 그 아이의 어깨가 믿음직스러웠다. 올해 새로 만나 먼 훗날 내게 가르침을 줄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