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거울 앞에 선 사람
교사는 거울 앞에 선 사람
1. 교사는 거울앞에 서서 자기를 검토하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매일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자기의 삶을 비추어보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살펴보며 자기 삶을 다듬고 정화시켜 가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삶 전체를 끄집에 내어 자기 삶과 정면으로 맞서며 자기의 삶이 왔던 곳과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먼 과거의 길과 먼 미래의 지평까지 볼 수 있는 인식의 지평과 삶의 지형을 굽이 굽이 만들어 갑니다. 교사가 늦은 밤 터덜터덜 혼자 걸어들어가는 집 앞 골목길에 서면 자신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립니다. 하루동안 걸었던 삶의 발자국 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 어디에서 시작하여 걸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하루 동안 살았던 삶의 궤적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얼마만큼 걸었으며 또 어느 길로 들어섰으며 누구와 함께 걸었는가를 검토해 볼수 있습니다. 교사는 늦은 밤 자신의 삶을 끄집어내어 살펴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음날 어디로 어떤 걸음으로 걸어갈 것인가를 밤늦게 생각하다가 잠이 듭니다.
거울앞에 서면 자기를 보고 싶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자기의 욕심에 가리워진 삶의 길에 치를 떨기도 하고 자신이 너무 미워 제 얼굴에 상채기를 내며 얼굴을 찡그리기도 합니다. 기름진 거만과 악의 꽃인 권태와 죽음에 이르는 병인 절망과 자포자기때문에 거울앞에 서는 것조차 힘겨워하기도 합니다. 늦은 밤 자신이 걸었던 길을 보고 자신의 걸음을 보면 너무 빨리 서두른 날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너무 늦게 게으름을 피운 날은 나태와 태만에 회초리를 대기도 합니다. 늘 소가 걸어가듯 천천히 주위를 살피면서 내려오는 자와 얼굴을 마주대하기도 하고 뒤늦게 오는 자들에게 이정표의 역할도 하며 하루 동안 담당했던 자신의 역할을 되새겨 봅니다.
2. 아이들은 교사의 삶과 사상을 비추어주는 거대한 거울입니다.
교사는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거울은 바로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입니다. 아이들에게 자기 삶을 비추어 보면서 하루 하루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갑니다.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에 자기를 비추어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길을 걸어갑니다. 아이들은 거대한 거울입니다. 아이들만큼 정직하게 교사의 삶을 비추어주는 거울은 없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슬픈 표정이 나타남은 내가 그 아이의 슬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나타남은 내가 그 아이의 기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늘 다른 사람을 비추어 주는 반사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울앞에 선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다만 그때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함께 만나 함께 걸었음을 알려주며 내가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를 눈빛으로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반면교사의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교사를 가르치는 교과서의 역할을 합니다. 이정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틀린 행동 하나가 바로 내가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줍니다. 교사의 길의 방향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과 눈빛속에 들어있습니다. 아이들의 삶의 경험속에서 교사가 가야 할 방향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 한 아이가 아파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심한 피로와 피곤에 지치면 아이는 쓰러지는 아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피곤에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안정감을 주는 일입니다. 다만 그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까지도 내가 대신 해줄수는 없습니다.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자기의 아픔까지도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 아이가 그 아픔도 자신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아픔을 감싸안고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 서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혜택은 줄 수가 없습니다. 특별한 혜택을 주어 그아이가 설 수 있는 자립의 힘까지 내가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는 아픔을 안고 그 스스로 살아가야 합니다. 나는 그 아이가 혼자 아파하지 않고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이 곁에 서 있는 든든한 믿음을 주면 됩니다.
3. 세상은 아이들의 삶이 뿌리내릴 곳이며, 교사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물줄기입니다.
세상은 혼탁한 물입니다. 그 혼탁함은 흐르고 흐르면서 흙탕물을 정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약품에 의해 아주 빠른 시간에 정화시킬 수도 있지만 서두르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몸으로 깃들어 버립니다. 서서히 흘러 내리면서 찌꺼기들을 가라 앉히며 자기를 정화시켜 갑니다. 세상은 바로 아이들의 삶이 자리잡을 곳입니다. 아이들이 발을 딛고 서야할 땅이며 뿌리내리고 살아야 할 곳입니다. 또한 교사의 삶으로 파고드는 물줄기입니다. 맑은 물줄기로 찾아들기도 하며 혼탁한 흙탕물로 파고들기도 합니다. 흙탕물을 걸으면서 아이들은 양말이 젖고 신발밑으로 파고든 물기 때문에 물집이 잡히기도 합니다. 물집이 터져 걸을 수록 아려오는 아픔과 쓰라림에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일이 대단한 용기임을 깨닫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흙탕물을 걸으면서 바지에 풀물이 들었음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미 발은 다 젖었는데 바지걱정에 눈물만 흘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좌절하는 것은 세상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관심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좌절합니다. 바로 교사는 무관심한 사람들의 가슴에 말길을 트고 마음길을 트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입니다. 아이들은 발이 푹푹빠지는 진흙뻘밭을 걸어가야 할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알게 됩니다. 산이 높아 힘든 것이 아니라 산은 원래 높은 것이고 그 산을 오르는 자신의 마음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세상속에서 자기 삶으 만들며 살아가야 할 주인공들입니다. 세상을 탓하기 보다는 그 문제많은 세상이 곧 할일을 알려주는 이정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입니다. 교사는 그 거울앞에 서서 자기를 비추어보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