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강릉 선교장 : 솔숲에 살고 싶은 꿈

nongbu84 2011. 8. 6. 11:18

솔숲  

 

 

 

 

 

 

등굽은 어미는 송홧가루 분으로 주름진 얼굴을 메웠다. 바람불면 분칠한 얼굴의 주름이 깊은 고랑을 만들며 드러났다. 동네 아낙들은 서로 등을 부비며 아픈 상처만을 만들었다. 휘영청 머리위에 걸린 달빛만이 등굽은 어미의 눈물을 감추어주었다. 어미는 늘 둘러댔다. 바람불어 흔들리며 수북한 비늘을 켜켜히 쌓아올렸을 뿐이라고........

 

 

아침이면 등비늘 떨어져 쌓인 곳에서는 뿌연 숨을 토해내었다. 안개 자욱한 마을 너머로 닭은 홰를 치며 아침을 토해내었다. 등비늘 훑고 간 자리에서는 가뭄끝 갈라진 땅바닥의 금이 새로 그어졌고 사람들은 물을 찾아 솔숲에 찾아들었다.   

 

 

솔숲에 살고 싶다.

솔숲이 되어 바람이 가는 길을 막아세우고 멀리 줄행랑치는 계집애에게 연서 한 장 전해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길가는 자의 시선에 머물던 솔숲이 사람찾아들어 사는 마을 하나 안고 싶다. 솔숲이 되어 낙엽처럼 쌓이는 안개에 파묻혀 새벽마다 지저귀는 새 한두마리 키우며 살고 싶다.

 

 

솔숲이 되고 싶다.

솔숲에는 안개가 살고 등비늘 수북 쌓아놓아 아침마다 토해내는 숨이 있다. 밤에는 달이 찾아와 휘영청 휘영청 밤새 놀다가 새벽이면 멀리 떠나는 간지러운 연애도 있다. 제발에 걸려 넘어진 달이 찾아오면 솔숲은 꼭 제 팔을 뻗치고 까치발을 들어 달을 붙들어 머리에 이었다. 밤새 힘들면 함께 달을 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