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진주
1. 나를 찾고 싶다
나를 잊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며칠전에는 나를 잊기 위해 텔레비젼의 오락 프로를 보았습니다. 그냥 오락수준이더군요. 말장난에 연예인들의 개인 생활을 훔쳐보듯 드러내는 일에 열중이더군요
보고난 후 허무감만이 내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나를 잊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나를 잊기 위해 승패의 게임을 가르는 스포츠를 관람했습니다.
보는 동안 놀라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슬아슬하게 졌거든요.
피가 마르는 듯 흥분상태가 가라 앉질 않았습니다.
보고난 후 좌절감만이 내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나를 찾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오락과 승패가르기가 싫어졌습니다.
내 스스로 승자와 패자의 입장에 서 보고 싶습니다.
승자가 되어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고 패자가 되어 처절한 상처를 받고 싶습니다.
오늘은 나를 찾고 싶습니다.
생존경쟁의 구조에서 벗어나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고 싶습니다.
내게 허락된 살아있는 시간동안에서
특별하고 아름다운 일이 내게도 일어나길 기도해 봅니다.
2001.03.31. 한가한 토요일 햇살을 느끼며 여름지기 적다.
2. 몸살 앓는 조개만이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닷속 물의 나라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곱고 깨끗한 모래가 깔려 있었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 푸른 미역과 다시마가 물결 따라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 산호가 꽃처럼 피어 있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물의 나라에는 물고기도 살고 게도 산다. 이들 물의 나라 식구들은 아주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맨 아래 모래 위에 웅크리고 있는 조개는 별 재주가 없었다.
'나는 왜 물고기처럼 지느러미가 없을까? 아, 나도 헤엄치고 싶은데. 나는 다리가 왜 없을까? 아, 나도 뜀뛰기를 하고 싶은데........' 조개는 물고기와 게와 새우를 보면 기가 죽기까지 했다. 풀이 죽은 조개가 가여워서 물고기와 새우와 게는 우정어린 위로의 말을 했다.
"조개야, 너의 껍데기는 얼마나 단단하고 멋지니, 내 톱날 달린 집게발로 아무리 가위질을 해봐도 꿈쩍 않는 걸."
"그리고 그 껍데기를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재주냐?"
"그래, 너는 우리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더 멋진 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조개는 자기를 위로해 주기 위해 친구들이 빈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개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병은 곧 몸의 병으로 옮겨 갔다.
처음에는 그저 속살이 찌뿌드드한 몸살이었다. 그리고 그몸살은 몸을 찢는 듯한 아픔으로 변해 마침내는 정신을 잃을 정도의 괴로움이 되고 말았다. 때맞추어 바다도 앓는 듯 물결을 뒤치며 무서운 파도를 일으켰다. 그 서슬에 조개는 이리 대굴 저리 대굴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린 조개가 굳게 닫았던 껍데기를 열고 보니 어느덧 파도는 가라앉고 눈부신 햇살이 물 속까지 비쳐들고 있었다. 그때 조개는 보았다. 아팠던 속살에 영롱하게 박혀있는 아름다운 조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