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bu84 2015. 5. 21. 13:57

고사리

 

아기가 섬마 섬마 일어서다 넘어지고, 넘어지다 일어선다마늘 잎에서 이슬방울이 마를 동안 아기가 걸음을 떼어 놓자 햇살도 덩달아 찬란하게 걷는다. 아기가 죔죔 손을 오므렸다 펴고 오른손 검지로 왼 손바닥을 곤지곤지 찍자 우주는 배가 간지럽다. 동백꽃이 툭, 탯줄을 끊는다. 아무래도 배가 간지러운 감꽃은 배꼽을 오므렸다 편다. 아기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자 모로 돌아누운 산은 목덜미가 가렵다. 가시로 긁은 산등성이 등어리마다 싸리 꽃이 환하게 핀다. 상여처럼 하얀 바람도 길섶에서 고요하게 눕는다. 둘둘 말아 쥔 아지랑이 아귀가 모락모락 풀린다. 그 따뜻한 침묵에서 고사리가 움켜쥐었던 손가락을 마디 마디 펴자 목덜미 실핏줄까지 터질 듯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