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脚陽春-나의 사랑

8월의 저녁ᆢ네게 스며들기 위해 나는 낮의 가장 나중까지 부풀어 있다

nongbu84 2015. 8. 4. 13:20

 <8월의 저녁> 너에게 스며들기 위해 나는 가장 나중까지 부풀어 있다.

 

그날은 돈 사러 머리에 팥을 이고

장에 다녀오듯 소낙비가 후두둑 내렸다.

비는 수수깡 속속 스며들어

붉은 수수알로 영글고 싶었다.

 

마른 수수깡에 스며들려

온 종일 수숫대를 붙들지만

반질반질 미끄러질 뿐.


비가 그치고 다섯 말 정도의 바람도 불었다.

바람이 비를 켜켜이 갈라

이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몸 불려

끝자락에 매달린 빗방울 하나,

 

훑고 또 훑어

간절하게 아주 간절하게 쓸어 담아

터질 듯 터질 듯

그리움 한 방울로 매달려

떨어지기 직전,

 

뿌리로 스며들기 위해 더 위태롭게

반나절 쯤의 불안으로 더 매달려 있다가

절벽에 발을 내딛어 떨어질 때

그 위험한 초대를 받아들일 때

스멀스멀 스며드는 들판

그 첫 어둠이 온다.

 

바람은 잠시 8월의 달력에 표시해 두어 

조용한 저녁

나도 너에게 스며들기 위해 

낮의 가장 나중까지 터질 듯 터질 듯 

부풀어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