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나는 내가 얻은 것이 아니라 내가 준 것으로 남는다

nongbu84 2015. 12. 14. 10:54

나는 사라지고 내가 준 것들만 남는다.

 

내가 누군가를, 그의 이름으로 불러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돌아서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큰 삶의 위안인가

 

내가 누군가를, 그의 모습으로 사랑하여

또 함박눈까지 내리도록 무릎 꿇어 기도하는

장독대는 얼마나 소중한 삶의 뒤꼍인가

 

내가 누군가를, 그의 마음으로 기도하여

더구나 뜨겁게 달아오른 보름달까지 품는

솔숲은 얼마나 행복한 삶의 인연인가

 

그리하여 내가 그 누군가에게 준 것들만 남고

내가 욕심내어 얻은 것들은 낱낱이 사라지는

죽음이 오는, 아주 작고 사소한 어느 날은

얼마나 찬란한 삶의 순간인가

 

- 사랑은 내가 사라지고 내가 준 것들만 남는 하루를 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