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문(門)
어머니의 문(門)
꼬리에 불붙은 황소바람이 문틈으로 달겨 든다. 문풍지 파라락 파라락 떤다. 이잉, 고구마 그만 츠먹고, 문구뭉 좀 봐야, 느그 아부지 오시나 보랑께,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저녁 무렵 문구멍으로 밖을 본다. 눈알 속속 찬바람이 들어찬다. 한 쪽 눈이 알알하도록 시리다.
콧등에 눈 앉아 간지러운 개가 컹컹 짖는다. 좁쌀만한 눈이 싸라락 싸라락 문살을 내리친다. 야아, 손목아지 방바닥 눕히지 말구, 언능 문 열어 봐야, 느그 아버지 오셨나 살피랑께, 초생달이 숨 가쁘게 떠오른 어둠 속, 손을 뻗어 문을 밀친다. 땀 밴 손에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는다. 손가락 마디마디 얼얼하도록 아리다.
외양간 소가 끄응, 일어서서 오줌을 시원스레 내리 쏟는다. 술 취한 달은 마당에 쌓인 눈을 비척비척 밟는다. 야 이놈아, 언능 문 열고, 뜰팡으로 내려 서야. 느그 아버지 팔 잡아라, 달빛이 연꽃 문살마다 알알이 박히는 한 밤중, 문 밖으로 나와 토방에 선다. 두 발 모서리를 칼날처럼 세워 찬 넓적돌 위에 선다. 튀어나온 발뼈로 동동거리니 온 몸이 저리다.
아, 송아지 끌고 돈 사러 장 고개를 넘어선 지 얼마만의 귀가(歸家)인가, 처마 끝 고드름의 등뼈가 허옇게 드러난 겨울밤의 그리움인가, 윗방 고구마 동가리 뒤에서 끓고 끓은 마음 누르고 눌러 속 깊이 꽃핀 누룩의 가슴인가
지금, 어머니는 화롯불의 된장찌개로 저글저글 끓으면서도 아랫목의 밥 한 그릇으로 뜨시게 얌전하다. 나는 처마 밑 짚동가리를 묶은 새끼줄이 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마실을 간다.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