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냇가의 자갈에 대한 예의

nongbu84 2015. 12. 24. 13:49

냇가의 자갈을 위한 예의

 

내 고향 시냇가에 가면 올망졸망 자갈이 왜 그리 많은지

 

어린 시절 장마로 섶 다리 끊겨 강 건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어진 길의 끝자락에 서면 길은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었지 길은 차츰 걸어갈 앞이 아니라 이미 걸어온 뒤를 보아야 알 수 있었지

 

그 길 따라 돌아오는 시오리길, 벌들이 아카시아 귓속을 파고들면 내 귀가 가렵고 현기증이 일었지 그러면 고무신 귀에 걸고 한참을 자갈밭에 주저앉았지

 

내 귀에서는 물이 산을 들이받아 저벅저벅 물에 솔숲 그림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저녁 햇살의 물 위를 튀어오르는 피라미들의 은빛 울음이 들렸지

 

 

지금은 길의 흔적마저 기우뚱하고 그 길의 추억마저 희미한 자리, 그 위에 아직도 자갈은 또 왜 그리 많은 건지 물이 돌팔매질하여 몰고 오다 놓아버린 그곳에 꼭 그렇게 모여 수북하지

 

모난 것은 모난 것끼리 서로를 깎고 소문은 소문끼리 서로 부딪치고 찔레 줄기는 줄기끼리 서로 엉키어 그 위에 가시덤불 피어났지

 

살다보면 가시에 할퀴어 손등이 찢어진 아픈 날이 많지 가시덤불에 확 불 싸지르고 싶은 그런 날도 있지 그런 날은 자갈에 햇살 스며든 곱돌하나 집어 들어 손등을 살살 문지르면 사르르 상처가 아무는데,

 

배가 아파 문지르면 마음에서 찔레꽃조차 하얗게 피는데,

 

지금, 갸웃 갸웃 나이 먹은 나는, 먹먹한 마음 문지르고 부벼 주는 곱돌하나 손에 쥐고 있는지 참 아득해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