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脚陽春-나의 사랑
네게 가는 길
nongbu84
2009. 7. 21. 14:11
1
네게 가는 길이 너무도 멀다.
처음에는 길도 없었다.
지도를 펼쳐 보아도 길은 없었다.
길이다 싶어 걸었을 때
발은 진흙에 빠지고 눈에는 성에가 희뿌옇게 끼었다.
깜깜한 밤 산을 넘고 내를 건너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걸었다.
네게 가는 길이 너무도 멀다.
가슴에 시린 별이 뜬다.
2
다리 달린 봄볕이 언 강을 넘으면
얼음 쩡쩡 갈라지는 소리가
계곡을 타고 청명하게 울린다.
긴 겨울 얼었던 밭이 보인다.
멍에를 등에 지고
사랑도 모르는 것처럼
소처럼 걸어가야겠다.
사는 게 무어냐 물으면 워낭 방울 두어 번 울리면서
사랑을 잊었다는 듯
밭 일구어야겠다.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한 사람에게 걸었던 시간이
내가 사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멍에를 지고 쟁기를 끌어
마음에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상추 몇 포기와 고추 몇 대를 가꿀 밭을 만들어야겠다.
네게 가는 길은 멀지만
가슴에 따뜻한 민들레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