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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이야기
nongbu84
2016. 2. 16. 14:09
참나무 이야기
나는 산의 꼭대기보다 산을 오르는 입구가 좋다
어린 아이들이 놀다가고
노인들이 지팡이로 산을 혼내는 억지가 있는,
그리운 사람 돌아오는 저녁 어스름이 있고
뒤란의 수런거림을 들을 수 있는,
외롭기를 작정하면 못 오를리 없지만
거기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이 좋다
그 입구 낮은 곳에 함박눈 맞으며
서 있는 참나무 한 그루
바람을 잘못 건드린 동티를 안고
헤어지는 일이 더 많은 오랜 시간을
몸집 불리며 묵묵히 서서
그대가 떠난 날
그늘에 누운 내 이마를 짚고
억장 무너지는 날은
상처는 아무는 거라며 옹이를 만들고
죽음이 삶을 소북하게 덮은 날에는
제 몸의 허물을 벗고 제 살을 깎아
덕지 덕지 붙은 아픔의 껍질을 떼어냈다
그 속에 화석같은 무늬로 남은
장수하늘소 한 마리의 눈빛!
나는 사람들의 발품이 잦은 문턱에서
얼마나 외롭게 눈바람 맞는 참나무로 서야
아픔에 더 다가간 옹이 속
결 촘촘한 무늬 하나 새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