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풍경(風磬) 소리 - 두타산 삼화사

nongbu84 2016. 2. 19. 11:31

계곡의 풍경소리 - 이별

 

 

나는 보았네

네 눈물을 보았네

네 눈물 속의 아픔을 보았네

네 아픔 속의 이별을 보았네

 

이별은 능청스런 늙은이가 아니라 가슴을 헤벼 파는 젊은 낫질 같아

이별은 까맣게 속이 타버린 거미가 노을을 잡아당겨 샛강까지 시뻘겋게 불태우는 저녁 같아

이별은 오동나무에 목매 죽은 달빛을 훔쳐 이녁의 신발에 흰빛을 가득 채우는 도둑질 같아

이별은 바다의 등뼈를 관통한 바람이 별의 마디마디까지 파고들어 파랗게 빛나는 새벽의 아픔 같아

이별은 장독대의 고요한 밤에 함박눈이 온다거나 살쾡이가 발자국을 남기는 일처럼 사소하기는 하나 대나무마다 별 하나씩 꿰어 밤을 새우는 대숲처럼 결코 소소하지는 않아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네

나는 소리 없이 울음만 삼키네

삼킨 울음 밤새 산사 계곡 흐르고

계곡을 깔고 앉은 바위 잠들 날 없네 

처마 밑 풍경도 새벽 첫 울음 터뜨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