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경청(傾聽)
nongbu84
2016. 8. 12. 12:22
경청(傾聽)
배 밭의 벌 소리 그친지 오래다 그건 사랑하고 싶었다는 거다 배밭에서 벌에 쏘여 퉁퉁 부은 마음이고 싶던 거다 그 봄 배꽃이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간 것은 그 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숲에 가보면 매미 목청껏 운다 그 이름 부르면 뜨거운 마음 어찌하지 못해 가슴 터트렸던 거다 사랑은 원래 불도장으로 가슴에 이름을 찍는 일이다 아마 그 여름 거미는 그리움 때문에 제 귀를 감싸고 땡볕에 작정하고 말라죽었을 거다
대숲에서 여물 써는 작두 소리 난 것은 찌르레기가 제 짝을 잃고 숨어들었던 가을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을 그믐밤 솔숲은 오동나무에 목매달고 죽은 달을 잊지 못해 흐느끼고 있을 거다
참 묘한 게 겨울 밤 내내 눈은 내려 소복소복 쌓이는 일이다 그리운 사람 궁금해서 자꾸 귀만 후벼 파고 그 아픈 만큼 밤새 찬눈이 귓밥처럼 떨어진, 꼭 그런 새벽이면 그 사람 쌓인 눈 밟고 띠뚝띠뚝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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