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합장(合葬)

nongbu84 2017. 6. 29. 15:34

합장(合葬)

 

하루 연가를 내고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의 바깥에서 늘 맴돌던 어머니를

죽어서나 곁에 모시려고 합장하던 날

스무 해 넘게 봄이면 아버지 무덤가의

할미꽃으로 피거나 하얀 나비로 날던

한 번도 아버지의 마음 안쪽에 살지 못한

여름의 바깥 어딘가에 살았던 어머니를

生存을 위한 노동의 가쁜 호흡과

사랑을 위한 의 여러 동작이 사라진

뼈를 추려 흙을 털고 마디마디 이었습니다

 

작은 형님이 뼈를 모아 맞추며

엄니, 이제, 아부지한테 다시 시집가는 거여, 좋지

농담하듯 놀리듯 그렇게 체구를 만들었지만

여름 한 낮 그 중심 안의 행색이 어색한지

어머니는 말없이 앙상한 뼈로 누워있을 뿐입니다

다만 부풀었던 생()앞의 사랑이 그리웠는지

어머니 갈비뼈가 둥글게 굽어 있습니다

바람찬 길에서 떠돌던 뼈저린 한숨이 뭉쳤는지

발목 복숭아뼈는 뭉툭하게 솟아 있습니다

이미 생의 끈조차 놓아버린 지 오래되었어도

뼛속까지 파고든 삶의 아픔은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여름의 저쪽 바람으로 떠돌던 어머니를

살구나무 옆 아버지 곁으로 모신 날

바람 한 점 없이 세상은 참 고요했습니다

지팡이처럼 피어오른 청솔연기가 매운지

살구 한 알이 툭, 무심하게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