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가족(家族)

nongbu84 2017. 7. 3. 12:56

가족(家族)

옛날이라는 노인이 사는 집에 한참 고집 센 대추나무가 뿌리 내려 흰 개미떼가 자주 습격하더니 몸을 갉아 먹고 뼈만 남았다. 제 몸 곳곳 벌레 먹은 내 어머니다

 

아무리 달려도 등 뒤에서 쫓아오는 달빛 떼어 놓을 수 없어 장독대에 주저앉았더니 항아리 그 녀석 배가 불룩 나왔더란다. 제 말조차 삼키는 벙어리 삼촌의 얘기다

 

바퀴벌레 장마 비까지 소환하여 마당 가득 햇볕 들더니 곳곳 채송화 피고 봉숭아 물들어 능금의 귓불조차 빨갛다. 귀밑머리가 함함했던 시집 간 누나의 손톱 같다

 

파란 하늘을 우물 속에 빠뜨린 죄 짊어지고 장수하늘소가 마냥 기어오르는 참나무는 내 형을 닮았다. 그 그늘 속 앉은뱅이 우물은 늘 차가워 이가 시리다

 

떠났던 가족 모인 아버지 제삿날 이마 다친 별은 강물에 얼굴을 씻고 한없이 허해진 내 속은 하필 묵은 김치에 멸치 넣고 삶은 국수 한 그릇 꼭 먹고 싶었다

 

아버지 제삿날

아무리 달려도 등 뒤에서 쫓아오는 달빛 떼어 놓을 수 없어 장독대에 주저앉았더니 항아리 그 녀석 배가 불룩 튀어나왔다 제 말조차 삼킨 벙어리 삼촌 같다

 

옛날이라는 노인이 사는 집에 한참 고집 센 참나무가 뿌리 내려 흰 개미떼가 자주 습격하더니 몸을 갉아 먹고 뼈만 남았다. 제 몸 곳곳 벌레 먹은 대추나무 같다

 

바퀴벌레 장마 비까지 소환하여 햇볕 가득하더니 마당 곳곳 채송화가 피고 봉숭아가 물들어 능금의 귓불조차 빨갛다. 귀밑머리가 함함했던 시집 간 누나 같다

 

떠났던 사람들 모이면 이마 다친 별 강물의 등을 떠밀면서 밤새 지구를 들었다 놓는지 울렁거려 묵은 김치에 멸치 넣고 삶은 국수 한 그릇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