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5 - 사랑
묵호 5 – 사랑
묵호는 바닷물도 검고 물새도 검고 안개도 검고 바닷바람에 탄 얼굴도 검푸르다
묵호는 안개에 절은 침묵이 무겁지만 항구에 넌 그물에는 자주 욕설이 걸려든다
묵호는 바람이 뺨에 착착 달라붙고 경찰은 담 넘어 간 능소화를 체포하지 않는다
묵호는 산비탈의 지붕 아래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이 야위어 욱신거리는 날이 많다
묵호는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아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골목을 자주 서성거린다
묵호는 언덕 위 빨간 등대에 올라 먼 바다를 보며 기다리는 일을 멈춘 적이 없다
묵호는 사내가 물때를 맞추어 바다에서 돌아오면
며칠 동안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방문의 문고리까지 채운다
짙은 안개가 가득 쌓인 빈 집 빈 동네처럼
묵호는 와르르 쏟아질 듯 위태롭지만 홀로 남는 홀아비는 없다
그 날 밤 돌담 옆 자귀나무 잎은 서로 마주보며 겹쳐 노량노량 잠을 이룬다
묵호 5 – 사랑
묵호는 바닷물도 검고 물새도 검고 안개도 검고 바닷바람에 탄 얼굴도 검다
묵호는 안개가 자욱하지만 항구의 그물에서 자주 악다구니가 걸려 든다
묵호는 이웃집으로 담 넘어 간 능소화를 체포하거나 수갑을 채우지 않는다
묵호는 언덕 위 빨간 등대가 먼 바다를 보며 기다리는 일을 멈춘 적이 없다
묵호는 바다에서 아버지가 돌아오면 며칠 동안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다
묵호의 돌담 옆 자귀나무 잎도 서로 마주보며 겹쳐 노량노량 잠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