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늙은 신부의 손주름

nongbu84 2017. 10. 24. 11:46

 

담쟁이 넝쿨

 

나이 들수록 맘이 좁쌀처럼 작아져

나도 성자(聖者)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남의 작은 실수가 맷돌처럼 무겁고

내 손톱 밑의 조그만 가시가

세상의 등뼈 부러진 것보다

더 아프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나의 죄는 스스로 용서하고

남의 잘못은 찔러대는 혀가

여간내기가 아닌 게 꼭 송곳 같다

 

성당의 철탑까지 차오른 담쟁이넝쿨

얽히고설킨 줄기들에 난 상처를 덮고

담담하고 그윽하게 잎사귀가 물들고 있다

서로 감싸 다독이고 서로 끌어안아 덮는

인연이 다시 그리워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도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용서하는 늙은 신부의 손 주름을 갖고 싶었다

그 속으로 아마 불타는 샛강이 흐를 것만 같다

나도 손때 묻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성가대의 노래를 연주하고 싶었다

그 속에서 아마 하얀 억새숲이 춤출 것만 같다

 

성당 잔디밭의 모과 하나가 얼굴을 들어

빼꼼한 상처를 햇살에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