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카메라

nongbu84 2017. 11. 1. 15:02

 

카메라

 

찰칵, 바다를 판판하게 다림질하여 오려내었다

 

수평선에서 차 오르는 노을을 뒤로 하고

뻘밭에 머리 박힌 빛바랜 저 목선

한 번도 판판한 바다를 항해한 적 없다

그물에 엉킨 가난을 싣고

항구로 돌아오던 새벽마다

출렁거리던 항해,

섬을 한 번도 떠난 적 없이

소나무처럼 한쪽으로만 고개 돌려 기다리다가

갯벌에 낫처럼 꽂혀 등허리 굽은 저 아낙네

한 번도 고르게 다져진 길 걸은 적 없다

두꺼비처럼 굵은 손으로

빈 수레를 끌고 돌아 오는 저녁 마다

덜컹거리던 生涯,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떼가 멈추고

콧등에 첫눈 앉아도 간지럽지도 않은지

바다의 주름은 무심하다

 

찰칵, 순간의 찰나를 판판하게 잘라

그 뒷면을  흰 여백으로 마무리하면

눈부시거나 남루한 生의 단면은 남고

인연으로 이어지던 길은 모두 끊어져

삶과 죽음은 사진 한 장의 앞뒤처럼

서로 등을 기대어 앉아있다


아, 제 삶을 정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 손끝의  부끄러운 고백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