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bu84 2017. 11. 27. 14:54

 

누에

 

입에서 태어나 귀에서 죽는 운명이었으나

심장에 화살로 꽂힌 말이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입에서 태어나 귀에서 죽는 운명이었으나

뱀의 혀가 된 말이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입에서 태어나 귀에서 죽는 운명이었으나

가슴에 대못으로 박힌 말도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해 여름 너는 화살과 혀와 대못을 

뽕잎처럼 갉아 먹고 허물을 벗더니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내며

한 생애를 바짝 오므리고 주름지워

하얀 상여집 속으로 사라졌다

고봉으로 꽉 눌러 담은 고요를 안고,


눈물은 눈에서 태어나 

눈에서 죽는 운명이었으나

모락모락 김이 나는 그리움으로 변하였으니

 .........애초 네가 없으면 나에겐 슬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