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겨울 나무

nongbu84 2017. 12. 27. 13:46


겨울 나무

 

겨울과 겨울의 그 사이

느티나무 밑 어디쯤,

모두가 떠난 빈 의자

소복한 눈 위에

나무 그림자 홀로 앉아 있네

 

비바람 헤치어 가지를 뻗고

된서리 맞아 맨 살 부르트며

웃자란 욕심 삭정이처럼 부러뜨린

겨울을 서너 번은 더 견딘,

묵죽처럼 박힌

저 쨍쨍한 그림자

 

휘어져 부러질 듯 수북하게 쌓인 인정을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겨울밤

모두가 숨죽여 적막했지만

가지 찢어지는 아픔은

제 상처 스스로 옹쳐 매고

제 안으로 스스로 몸 덥혀

추위를 견디는 길을 알려주었지


겨울 나무 동안거에 들어

새 봄 우듬지에서 싹 돋아 뻗을 넓이를

흰 눈 위에 문장으로 새겨 넣어

여름 그늘의 넓이를 가늠하고 있네


겨울과 겨울의 사이 어디쯤

바람도 한 점 불지 않고

맑은 햇볕만 쪼이는 겨울나무

제 그림자를 바라보며 혼자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