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미루나무
nongbu84
2018. 4. 18. 14:49
미루나무
숲 속으로 걸어간 발자국의 행렬,
다시 뒷걸음으로 다가오는 건
눈 온 아침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리운 것들은 다 뒷걸음으로 돌아 왔네
집 떠난 아버지가 그랬고
고향의 머리 수북한 느티나무가 그랬고
아주 오래 전의 시와 사랑이 그랬지
다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칼날 같은 기억만 남긴 것이 있으니
오이꽃처럼 환하게 웃던
너를 싣고 떠난 막차가 그랬네
겨울, 맑은 아침이어도
그날 밤 기차만큼은 다시 오지 않아
언덕에서 마른 얼굴로
녹슨 철길만 바라보네
어서 오시게,
부디 오시게,
힘줄 드러나도록 불러보지만
손길 뻗어 흔들어 보지만
눈 덮인 철길은 표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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