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찬란한 악몽

nongbu84 2018. 4. 20. 10:04

 

찬란한 악몽


일요일 오후 5시는 담벼락에 목이 길고 다리가 짧은 그림자를 뱉어냈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사랑을 데리고 들어서는 골목길

 

혈관을 타고 흐르던 바늘이 돋은 듯, 담 너머엔 새잎 돋은 대추나무

 

봄날 다 지나도록, 혹여 죽어버린 게 아닌가 싶을 바로 그 순간 태어난 저 잎들

겨울에서 봄까지, 샛강이 바닥까지 숨죽인 첫봄에서 수면까지 흐르는 늦봄까지,

얼마나 찬란한 악몽을 견디어 깨어났을까

 

어린 시절 주머니에 넣어 둔 길을 찾느라 고개 쳐들고 반짝이는 저 눈망울들,

거리에서 흘린 또한 가시처럼 울컥 솟아, 저 많은 오후의 골목은 따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