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해바라기를 위하여

nongbu84 2018. 6. 18. 09:42

 

해바라기를 위하여

 

산의 척추를 발라내어 담가 놓은 샛강

석양이 피라미처럼 금빛 비늘을 반짝이면

물길 따라 눈길만 따라가는 해바라기

 

강둑에 꼿꼿하게 서서

제 안의 그리움 달래며 뒤척이다가

저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는 아침을 맞고

 

태양을 향해 눈을 뜰 수도, 감을 수도 없어

질끈 응시하는 저 수백의 까만 눈동자들

눈뜨면 눈부신, 감으면 다가오는,

마침내 황홀하게 눈 먼 저 사랑

 

길이 되지 못한 아픔은 오롯이 둑에 서서

나비처럼 파닥이는 꽃잎 떨구며 말라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