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bu84 2018. 7. 2. 15:49

 

장마

 

지하 월세 방에서 연립주택 2층으로 이사 간다고 하길래 내 방이 생겨 좋겠구나 기대했는데 그 방에 시골에서 올라온 외삼촌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외삼촌 방에는 책이 많았습니다 그 좁은 방에 친구들을 몰고 와 밤새 무언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가끔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 그리던 내 머리를 쓰다듬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밥을 먹다가 취업 문제로 대학 졸업한 외삼촌에게 무어라 이야기했습니다. 외삼촌은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더니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습니다

 

외삼촌이 여자를 사귀다가 시골 외할머니 집에 인사하러 다녀온 후 헤어지더니 몇날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지리산 불어난 장마에 사라졌다고도 하고 어딘가를 떠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외삼촌의 마지막 주소지는 동사무소입니다 더 이상 우리 집에 거주하지 않습니다


열흘 째, 먹구름이 몰려가다 멈추면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연락 두절입니다 처마에 쪼그려 앉아 들이치는 비를 흠뻑 맞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까지 아무렇지 않습니다



 

장마

 

지하 월세 방에서 연립주택 2층으로 이사 간다고 하길래 내 방이 생겨 좋겠구나 기대했는데 그 방에 시골에서 올라온 외삼촌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외삼촌 방에는 책이 많았습니다 그 좁은 방에 친구들을 몰고 와 밤새 무언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가끔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 그리던 내 머리를 쓰다듬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엄마가 밥을 먹다가 취업 문제로 대학 졸업한 외삼촌에게 무어라 이야기했습니다. 외삼촌은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더니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었습니다

 

외삼촌이 여자를 사귀다가 시골 할머니 집에 인사하러 다녀온 후 헤어지더니 몇날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지리산 불어난 장마에 사라졌다고도 하고 어딘가를 떠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외삼촌의 마지막 주소지는 동사무소입니다 더 이상 우리 집에 거주하지 않습니다

 

열흘 째, 먹구름이 몰려가다 멈추면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새벽마다 작업복 가방을 메고 처마에 쪼그려 앉아 들이치는 비를 맞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장마

 

지하 월세 방에서 연립주택 2층으로 이사 간다고 하길래 내 방이 생겨 좋겠구나 기대했는데 그 방에 시골에서 올라온 외삼촌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외삼촌 방에는 책이 많았습니다 그 좁은 방에 친구들을 몰고 와 밤새 무언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가끔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 그리던 내 머리를 쓰다듬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엄마가 밥을 먹다가 취업 문제로 대학 졸업한 외삼촌에게 무어라 이야기했습니다. 외삼촌은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더니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었습니다

 

외삼촌이 여자를 사귀다가 시골 외할머니 집에 인사하러 다녀온 후 헤어지더니 몇날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지리산 불어난 장마에 사라졌다고도 하고 어딘가를 떠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외삼촌의 마지막 주소지는 행방불명 처리된 동사무소입니다 더 이상 우리 집에 거주하지 않습니다

 

열흘 째, 먹구름이 몰려가다 멈추면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 나간 아내가 연락 두절입니다 새벽마다 작업복 가방을 매고 처마에 쪼그려 앉아 들이치는 비를 흠뻑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