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선인장 가시
nongbu84
2018. 9. 18. 10:05
선인장 가시
무너진 벽돌더미에서 부러진 철근이 튀어나왔다
뾰족하고 뻐신 날들의 절단, 철거되는 삶은 항상
불온했다 귀쫑긋한 안테나를 세우지만 바닥을 덮어
깔고 앉은 과거는 아무 소식도 들려주지 않았다
오르막처럼 굽은 생애生涯만 뾰족하게 드러났다
저 부러진 등뼈, 처음에는 맨 밑에 발바닥 붙여
종아리 힘주고 두 손으로는 지붕 받쳤을 것이다
모두 잠들어도 바람 찬 길거리 불면의 밤들,
땅 속 눅눅한 벽 속에서 녹슬며 쇳내 나는
구역질을 하다 햇볕 환한 대낮에 튀어나온
저 충혈된 외눈박이 눈알, 지평선을 바라보다
충분히 흙먼지 들어을 것이다 한때는 새끼품고
잠든 제비집 등처럼 매달던 처마가 따뜻했으리라
안방에선 푸성귀에도 된장 쓱쓱 발라 배불리
먹던 生生한 저녁상이 차려졌을 것이다
풀처럼 싱싱한 아이들이 골목에서 사라졌다
다리 하나만 남고 한 쪽으로 무너진 평상이
얼굴에 마른 새똥을 칠하고 무심하게
빈 골목 마른 쑥대공을 지켜보고 있다
삶의 맨 바닥은 뜨거운 사막 이었던가
이리 저리 뒤집힌 삶은 자주 속도 뒤집어
마음 귀퉁이에 곰팡이 핀 공포만 층층 쌓아
놓았다 잠 못 이루는 골목 또한 위험했다
풀을 찾아 걷던 낙타 한 마리, 살점 다 발라지고
발바닥 타는 사막 한 가운데 등뼈만 남아 꽂혔다
선인장 가시에 노을이 찢긴 늦은 저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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