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bu84 2018. 9. 20. 14:07

 

거미 어머니

 

거미가 이른 아침 사방으로 줄을 쳤다

하루 내내 동안 기다리는 것이 있다

아주 먼 데서 새끼 거미가 줄을 당기면

어미 거미는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마르지 않은 이슬방울 눈물처럼 곱다

 

어머니도 사방으로 끈끈한 줄을 쳐 놓았다

자식들에게 전화라도 오면 가슴은 방망이질쳤다

온양 사는 죽은 큰 딸, 좌판 깔고 장사하는 둘째 딸,

슈퍼 하는 셋째, 혼자 된 넷째, 아들 하나 둔 다섯째,

윤경 어미 여섯째, 병원 다니는 막내 딸, 그리고

군대 간 손자, 대학 다니는 외손자.....

하지만 글자를 알지 못해 먼저 전화를 걸지 못했다

전선 뻗어 나간 들녘 끝만 바라보다가

분꽃 피는 때를 맞추어 저녁밥을 지었다

하루해가 저물던 8월 어느 날, 어머니는

태풍에 전봇대가 논배미로 고꾸라지자

제일 먼저 양지뜸 이장네로 달려갔다


산을 에돌아가는 사이

검게 탄 거미 한 마리

제 몸 속에서 실을 뽑아

끊어진 전선줄을 서로 잇느라

분주하게 전봇대 기둥을 오르고 있었다

고개 숙인 벼이삭 눈물처럼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