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가을 저녁

nongbu84 2018. 9. 27. 09:07

 

가을 저녁

 

붉은 잠자리 멍석에 앉아 고추가 매운 울음 말리는 소리를 듣는 동안

까치 한 마리 감나무 꼭대기에 앉아 붉게 물드는 샛강을 바라보고 있다

 

산등성이를 넘던 보름달 대추가 잘 여물었다고 뺨을 핥아주고

오래 묵어 마른 장작은 자신을 태워 안방을 덥히고 있는 데

 

아궁이 속에서 어깨 들썩이며 춤추는 불,

(저, 아궁이불 어깨 들썩이며 춤추는 것 좀 봐,)

 

어느 사이 부모 잃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는

불춤을 구경하면서 먼저 산에 올라 내려오지 않고,

그 산 비탈에 서서 산을 지키다가,

그대로 물들어 바짝 말라가는 참나무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