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주홍글씨
nongbu84
2018. 9. 27. 14:43
朱紅글씨
오래된 술집, 허름한 사내 하나가 대낮부터 술잔을 들이켰다 시계 초침이 째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가을 하늘의 낮달처럼 혼자였다 눌린 꽃잎처럼 고요가 평면으로 납작하게 눌려 깔려 있다 물결 같은 물컹한 것을 압축하여 말려놓은 시간이 벽에 걸려 있다
달력 속엔 지나간 날들이 인쇄되어 있어, 못처럼 박힌 사랑도 찍혀,
매미가 흙투성이 허물을 벗고 빠져나오고 딱따구리가 목을 뒤로 제꼈다가 나무를 다시 쪼는 일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고 그리 무심하거나 소소한 일이었지만 유난하지도 않았지만, 가슴을 쪼는 부리질 소리는 유난히 컸다
마늘이 스스로를 밀어 올렸다 하지만 죽음은 삶을 데리고 길을 나다녔다 세상은 무심하게도 제 속을 열어 길을 안내하였다
마늘처럼 맵고 아린 새끼들도 능소화처럼 울타리 너머로 목숨을 떨구었다 사내의 얼굴이 술잔 속에서 흔들렸다
제 손등 붉어지도록 긁던 담쟁이가 창문에서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온 몸 불덩이가 되더니 빨갛게 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