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꽃무릇

nongbu84 2018. 10. 5. 12:54

 

꽃무릇

 

1

 

아들은 학생들을 인솔하여 수학여행을 갔지 여전히 감포에선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햇덩이가 싱싱하였고 석굴암의 미소는 如如하게 솔향이 풍겨왔지 위독하다는 급한 전갈傳喝, 경주에서 급하게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내려 공주 집으로 달려갔지 아직 안 되어요, 조금만 기다리시어요, 차창엔 소음 제거한 화면처럼 굳게 입 다문 얼굴이 비쳤지

 

비린 잎 삶의 맨 끝에서 비늘 털어내고 말라가는 동안

 

아버지는 숨 다할 때까지 기다렸지 꽃잎 눈발 날리듯 황망慌忙한 마음조차 사라지고 있었지 어여 오시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방안에 누워 쉬 한번, 온 생애生涯가 시원도록 비워냈지 고삐 풀린 삶은 죽음으로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지 새우등처럼 굽은 낮달은 창가에서 숨죽여 서성거렸지

 

生生한 꽃대 속엣 그리움으로 맨 처음 밀어 올리고 있었으니

 

빈방, 아무도 없었네 네모반듯하게 깎인 적막함, 방문을 여는 순간 날 숨 한번 내쉬고 들 숨 한번 깊게 들이시어 마지막 숨을 쉬더니 만나는 순간 영영 헤어졌으니 모천母川으로 회귀回歸한 연어가 그랬듯 빈 틈 없이, 끊김 없이, 아주 잠깐 사이 오고 떠나는 아들과 아버지 영영 만나지 못하는 잎과 꽃이었네

 

한 주먹 바람 같은 숨 문 여는 틈에 꼴깍, 넘어가고 그리움만 홀로 애닯게 피었어라

 

2

 

네가 오기 전부터 기다렸다

네가 오는 동안 잎같은 마음

靑靑하게 줄기 뻗더니

널 본 순간 막힌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마지막 歎息

 

어여 오게나, 보고 싶었네

 

비린 생잎 접고 속엣것

밀어 올려 피운 꽃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해

겨울 동안에도 땅 속

뿌리로 뻗은 그리움

 

차가운 빈 방에서

아들 손 한 번 잡고

눈 감은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