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gbu84 2018. 10. 19. 09:40



 

홍어

 

홍어집 차양 기둥에 매달린 라디오가 목 놓아 노래를 불렀다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삐둑 삐둑 말린 바다의 허파를 한 점 베어 씹었다

바닷물이 하구로 조심스럽게 밀려 왔다가

꼭대기의 빨간 등대까지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기세가

혀끝에 감겼다 우리의 입맛은 과거를 추억하였으므로

새롭게 도모한 것보다 오래 곰삭인 게 찰지게 붙는다

 

꼬리 흔들면 뿌옇게 일어나던 일상의 분가루 씻어내고

몸을 베는 칼 같은 세치 혓바닥의 말씨는 가라앉히고

적막 속에서 말랑말랑한 마음조차 삭힌 의 지린내

 

골방 항아리 바닥에 지푸라기 반 모춤 펼쳐 홍어 얹고

나머지 반 모춤으로 덮어 푹 삭힌 죽음보다 더 서러운

냄새가 있을까 눈물 핑하니 코끝 찡하도록, 울컥 치받는,


네가 떠난 후 흰 뱀처럼 숨어 들었던 찔레 덩굴, 그

꽃에서도 저 가슴 삭는 냄새가 요동쳤다

 

(물꼬 보러 새벽 논에 다녀온 아버지의 종아리에서도

저 말라 붙은 논흙 냄새가 났다)

 

오래 묵어 곰삭은 목소리가 찔레꽃의 흰 잎처럼 계속 떨고 있다

-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장사익의 <찔레꽃> 중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