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압화押花

nongbu84 2018. 10. 29. 19:03

 

압화押花

 

허름한 눈썹의 술집, 흰 서리처럼 저의 심장은 차갑다 서서 흔들리던 소란을 납작하게 누른 압화押花 한 점 벽에 걸렸다

 

물컹한 시간을 눌러 대부분의 기억은 흑백사진처럼 고요했지만 마른 국화송이 속에서 생생하게 피어나는 꽃잎 있었으니 낫으로도 벨 수 없는 독한 향이 있었으니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마에 새긴 朱紅글씨 같은 이별을,

 

그대가 떠난 뒤 슬픔이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던 그 해, 가을 아침은 형벌처럼 찾아와 나는 문둥이 낯짝 같은 낮달처럼 말라 갔네 막다른 골목 옴팡집에서 대추나무처럼 맵고 아린 눈으로 먼 길만 바라보았네

 

시큰거리는 시간을 베어내 눌러 말린 과거는 직인職印처럼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매미 허물에 찬바람 드는 가을 아침마다 딱따구리는 제 가슴을 쪼아대던 여름을 기억하고

 

북어 한 마리 상에 올랐어도 먼 바다를 그리워하며 여전히 꼬리를 향해 휜 등뼈를 드러내는 것이리라

 

가지 매캐하게 타는 마음, 얼마나 더 납작납작하게 토닥여야 숯불처럼 맑고 은은하게 따뜻해질까


압화押花

 

허름한 눈썹의 술집, 흰 서리처럼 저의 심장은 차갑다 서서 흔들리던 소란을 납작하게 누른 압화押花 한 점 벽에 걸렸다

 

물컹한 시간을 눌러 대부분의 기억은 흑백으로 고요했지만 그 노란 국화송이 속에서 생생하게 피어나는 꽃잎 있었으니 낫으로도 벨 수 없는 독한 향이 있었으니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마에 새긴 朱紅글씨 같은 이별을,

 

그대가 떠난 뒤 슬픔이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던 그 해, 가을 아침은 형벌처럼 찾아와 나는 흰 낮달처럼 말라 갔었네 막다른 골목 옴팡집에서 대추나무처럼 맵고 아린 눈으로 먼 길만 바라보았네

 

물컹한 시간을 베어내 눌러 말린 과거는 직인처럼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매미 허물에 찬바람 드는 가을 아침마다 딱따구리는 제 가슴을 쪼아대던 여름을 기억하고

 

북어 한 마리 상에 올랐어도 먼 바다를 그리워하며 여전히 꼬리를 향해 휜 등뼈를 드러내는 것이리라

 

가지 매캐하게 타는 마음, 얼마나 더 납작납작하게 토닥여야 불춤 한번 신나게 추고 저 生숯불처럼 맑고 은은하게 따뜻해질까




 

압화押花

 

허름한 눈썹의 술집, 흰 서리 내려 그의 이마가 차갑다 서서 흔들리던 소란을 납작하게 눌러 대부분의 기억은 흑백으로 고요했지만

 

저 벽에 걸린 압화押花 노란 국화송이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꽃잎 있었으니 낫으로도 벨 수 없는 독한 향이 풍겨났으니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마에 朱紅글씨 새기던 가을 아침을

 

당신이 떠난 뒤 나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 나를 깨우던 그해, 아침은 형벌처럼 찾아와 나는 흰 낮달처럼 말라 갔지요 막다른 골목 옴팡집에서 잎 떨구는 감나무처럼 맵고 아린 눈으로 나는 먼 길만 바라 보았지요

 

물컹한 시간을 베어내 눌러 말린 과거는 때로 직인처럼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매미 허물에 찬바람 드는 가을, 딱따구리는 제 가슴을 쪼아대던 여름을 기억하고

 

북어 한 마리 상에 올랐어도 먼 바다를 그리워하며 여전히 꼬리를 향해 휜 등뼈를 드러내는 것이리라

 

그리워 웃자란 마음 얼마나 더 납작납작하게 다독여야 매캐한 청솔 연기 가라앉고 생가지 불꽃으로 타오를까


압화押花

 

허름한 눈썹의 술집, 흰 서리 내려 그의 이마가 차갑다 서서 흔들리던 소란을 납작하게 눌러 대부분의 기억은 흑백으로 고요했지만

 

저 벽에 걸린 압화押花 노란 국화송이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꽃잎 있었으니 낫으로도 벨 수 없는 독한 향을 품고 있었으니,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마에 朱紅글씨 새기던 가을 아침을,

 

그 해 네가 떠난 뒤 나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 나를 깨웠었지 아침은 형벌처럼 찾아와 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댔었지

 

북어 한 마리 상에 올랐어도 여전히 먼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 물컹한 시간을 베어내 눌러 말린 과거는 때로 직인처럼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립기도 한지라

 

여전히 가을이면 매미 허물에 찬바람 들고 딱따구리는 목을 제껴 제 가슴을 쪼아대던 여름을 기억하는 것이리라

 

청솔 타는 저녁을 얼마나 홑지게 맞이해야 그리워 웃자라는 마음 잘라낼 수 있을까

 

마을 어귀에서 참나무만 가지 잘라내고 맵고 아린 눈으로 먼 길을 짓무르도록 바라보고 있겠지


 

압화押花

 

허름한 눈썹의 술집, 흰 서리 내려 그의 이마가 차갑다 서서 흔들리던 소란을 납작하게 눌러 대부분의 기억은 흑백으로 고요했지만

 

저 벽에 걸린 압화押花, 그 노란 국화송이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꽃잎 있었으니 낫으로도 베지 못하는 독한 향을 품고 있었으니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마에  朱紅글씨를 새기던 가을 아침을, 네가 떠난 뒤  나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 나를 깨우곤 했었다 

 

북어 한마리 술상에 올랐어도여전히 먼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 물컹한 시간을 베어내 눌러 말린 과거 때론 형벌 같은 그리운 것이어서 직인처럼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립기도 한지라 

 

여전히 매미는 제 허물을 벗어 찬바람을 들이고 딱다구리도 목을 제껴 가슴을 쪼아대던 여름을 기억하는  것이리라


얼마나 더 청솔 타는 매캐한 저녁을 홀로 맞이해야 그리워 웃자란 마음 다듬어 낼까 

 

마을 어귀에서 참나무만이 맵고 아린 가지 잘라내고 상처 난 마음 아물던 먼 길을 짓무르도록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