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길고양이에게 길을 묻다 2

nongbu84 2018. 11. 6. 09:27

 

길고양이에게 길을 묻다 2

 

박제된 사냥감처럼 모든 동작을 멈추고 술집 간판에 올라앉은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저의 눈빛이 피 흘리는 전리품이라도 챙길 듯 사납다


너는 연병장에서 머리박고 쳐다보던 별빛처럼, 차라리 현기증 날 정도로 아름답던 눈빛을 가졌다 나는 초소 지붕에 함박눈이 듬뿍 쌓였어도 철조망 사이로 빛나던 망개 열매 같던 그 눈빛을 사랑했건만

 

골목을 배회徘徊하고 돌아온 너는 빛바랜 단청처럼 헤진 등짝으로 난간欄干에 쪼그려 앉아 원시의 사냥을 동경하며 부러진 발톱을 핥고 있다 털에 피딱지 엉겨 붙고 뒤엉킨 머릿결이 방향을 잃고 풀어 헤쳐져 흑백의 얼룩들 흐트러진 피아노 건반 같다

 

저도 한 때는 비린내 나는 달을 잡으려 뛰어오르는 밤과 밤이 이어졌을 거고 사냥하던 원시의 열 발톱에 비린내 가실 날 없었을 것이다 저도 윤기 나는 털을 갖고 폼 나게 어슬렁거리다가 요긴하게 움직이는 형국을 맞고 싶었을 것이리라 지금은 길들여졌다가 쫓겨난 바람찬 노숙의 행색,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기까지야 할까만

 

그래 가난한 게, 가난해도 사랑한 게, 사랑해서 그리운 게, 잘못이지, 가난하면 그런 거지

 

길 고양이 한 마리 술집 간판 난간에 기대어 주인이 버리고 갈 생선뼈다귀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제 새끼를 품고 있다 저의 눈빛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두려움이다


(나 술집 간판 난간에 기대어 가난해도 남은 인연의 뼈다귀를 추스리고 있다 쓸어도 쓸어지지 않은 단풍같은 날들로 남아 나는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