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음각陰刻 - 사성암 약사 마애불
nongbu84
2018. 12. 18. 09:27
음각陰刻 - 사성암 약사 마애불
진창에 빠진 듯 삶이 미끈거리고 질퍽거려 갓 쪄낸 인정人情이 그리운 날, 저물어가는 저녁 산에 올라 깎아지른 절벽에 세월을 층층이 쌓아 세운 전각을 찾아 바위에 손톱으로 새긴 약사 마애불을 보고 있으면,
生고구마 깎아먹고 배앓이 할 때 배 문지르던 햇살 머금은 곱돌 같던 어머니의 약손이 따뜻하게 다가오고, 웃풍 사납던 안방에서 넉넉히 둔 햇솜이 아직 숨이 안 죽어 이불 틈으로 찬바람이 파고들던 옛날의 한 밤중이 찾아오고, 뒤란의 붓대 잎 흔들릴 때마다 화롯불에 은은하게 한약 다리는 냄새가 풍겨오는 듯도 하여
하늘 가득 이미 허튼 것들 다 버려 더 이상 내보낼 것 하나 없는, 그 처짐 없는 눈빛으로 오롯하게 그리워하며 밤을 새는 뭇별들이 총총하게 빛나고
쥐어짜도 물렁물렁한 진물 나오지 않는 마음의 피딱지를 떼어내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어서 나도 손톱으로 바위에 약사여래불은 아니어도 묵죽하나 치고 싶기도 하고 마음에 새긴 사람 찾아와도 더 이상은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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