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첫사랑

nongbu84 2018. 12. 20. 10:26

 

첫사랑

 

콘크리트 쳐 굳어가던 가슴에

네가 찍고 간 발자국 영영 새겨져

헛헛하고 쓸쓸한 날은

좀체 이불 개켜 장롱에 넣듯

그리움을 접어 넣을 수도 없었다

 

화투장 돌리듯 눈발까지 투덕투덕 내리면

부러진 벚나무가 가지 끝부터 젖어들어

큰 슬픔으로 지운 작은 슬픔까지 살아났다

버짐피고 바짝 마른 얼굴에서

눈빛 하나만은 불꽃처럼 타올라

모든 계절을 화형火刑시켰다

 

다 타버린 아궁이 앞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에

맨 처음 찾아온 별을 생각하며

한 소년이 검은 눈썹조차 밀고

이마에 난 흉터를 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