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그 사이에

nongbu84 2018. 12. 21. 09:31

 

그 사이에

 

늦가을 빈 들판의 오후에 섰다

 

이 짧은 가을이 지나면

긴 겨울이 찾아 올 것이고

 

미루나무처럼 서서

마른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 말고

무엇을 할까

 

서리 맞아 시든 고춧잎을 훑거나

돈부 콩 줄기를 거두다가 손바닥을 베이거나

그늘 사라진 호두나무 가지를 바라보거나

왜소하게 늙은 얼굴을 우물에 비추어 보거나

더 이상 오는 사람도 더 이상 떠나는 사람도

없는 길을 한없이 바라보거나

조등처럼 달린 까치밥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툭 떨어져 터진, 빨간 홍시 속에서

낙엽 덮고 봄까지 버텨 싹을 트일

감 씨앗 하나를 줍는 일은

겨울에 봄을 접목하는 가지끝처럼

늦가을 편지의 웅숭깊은 안부처럼

, 살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