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훈련병의 편지

nongbu84 2018. 12. 24. 14:44

 

훈련병의 편지

 

1

 

12월의 어느 날, 군입대한 아들을 면회 갔던 가족 등 4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신병교육대 수료식을 마친 김모 이병을 면회하고 돌아오던 길이었지요 숨진 이들 중에는 김 이병의 여자 친구도 있었습니다 부서진 차 안에서 김 이병이 여자 친구에게 신변 훈련 중 틈틈이 썼던 10여 통의 편지가 개봉되지 않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끝내 개봉되지 않은 훈련병의 편지였습니다

 

2

 

면회에서 받은 당신의 편지 아직

뜯지 않고 내 품에 품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소식 하나로도

시린 겨울을 견딜 수 있습니다

이 흰 눈조차 다 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보낸 편지를 아직 뜯지 않고 있습니다

봉투를 뜯으면 그 편지지 안에 담긴 당신의 안부가

재가 되어 사라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도 뜯지 않겠습니다

멀리 떨어진 당신이 항상 내 사진과 함께 하듯

당신의 마음을 담은 사랑의 문장은 날아가지 않고

항상 나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비로소 내 곁에 돌아오는 날,

그 날 당신과 함께 봉투를 뜯어 함.께. 읽겠습니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뜯지 않은 당신의 편지 손에 쥔 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죽어서도 당신의 사랑을 담은 편지 결코 뜯지 않고

당신의 生 다하는 날까지 품에 안고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