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백석의 <내가 생각하는 것은>

nongbu84 2009. 10. 20. 11:06

 

  백석 - 내가 생각하는 것은

 

포근한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러 다닐 것과

내 손에는 新刊書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世上事'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따디기 :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 무렵.

살틀하던 : 너무나 다정스러우며 허물없이 위해주고 보살펴 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