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젊은 날의 주례사

nongbu84 2009. 11. 9. 07:32

<이우창군과 이경은양의 결혼 주례사>


1. 나와 이우창군의 인연


 오늘 이우창군과 이경은 양이 좋은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두 분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축하드리며,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양가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우창군은 1남 2녀의 장남으로써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이경은 양은 세 자매의 막내로써 삼성전자에서 사무직 일을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만남과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15년 전 이우창군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서 인연을 맺은 사람입니다. 오늘 주례를 맡아 축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두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제 인생에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귀중한 일기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우창군이 쓴 일기 내용입니다.


<제목 : 나의 삶 >

1995년 03월 21일 일기 중에서

.........오늘도 어제와 같이 바람이 쌩쌩 부는 하루였다. 드디어 모임일기가 내 차례가 되었다. 무엇을 써야할 지 머리에 들어오는 것은 많은 데 정리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이 읽어 주시는 일기도 듣고, 앞에 쓴 친구들의 일기도 읽어보았다. 처음 일기라서 그런지, 담임선생님이 철학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모두다 철학적인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오늘 본 책이 생각난다. 청춘 연애 소설이었다. 그 책을 보니 나도 그런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다 겪어보고 싶다. 책에 나오는 사건들을 다 겪어보고 경험해 보고 싶다. 이런 기분을 느낄 때 생각나는 것은 인생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짧은 대신 하루는 긴 것 같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고 나면 또 짧게 느껴지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가끔 혼자 있을 때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어릴 적부터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런 질문을 하면 문득 지금 움직이고 숨 쉬고 있는 무엇인가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 이 세상은 모두 다 내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건들은 내가 사는데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든 생각을 친구에게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철학적인 문제와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제목 : 평생을 함께 할 친구>

1995년 05월 27일 일기 중에서

.........,,오늘 저녁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가 오락실을 갔다 와서 저녁을 먹으니 8시쯤 되었다. 그때 집 가까이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러오라는 것이었다. 난 엄마에게 허락을 받은 후 나갔다. 친구가 자기 집 이마트 앞에 서 있었다. 아이스크림 좀 먹자는 것이다. 나는 부른 게 고작 그거냐면서 아이스크림을 사 가가지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올라가자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가 "어때! 경치 좋지?"하였다. 옥상에서도 더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서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야경을 구경했다. 앞에는 도시, 뒤에는 산이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나 혼자서 도시를 보는 특권을 누리는 것 같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 남부 순환로를 지나가는 차들, 하지만 밤하늘의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왼쪽 아래를 보니 시골 같은 집이 있고, 그 근처에서 장작불도 타고 있었다. 도시와 시골의 조화 아니, 도시와 시골을 잘라서 양 옆에 붙여 놓은 것 같았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경치를 보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학교생활, 친구, 장래희망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나에게 우리는 옛날부터 유치한 걸 즐긴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그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권할 것이다. 친구와 함께 밤을 새며 이야기를 하고, 또는 먼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해 보라고 권할 것이다. 그러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우정도 쌓일 것이다. 나에게 이런 낭만을 같이 즐기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사는 곳이 이렇게 좋은 곳 인줄 몰랐다. 다음에 또 올라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15년 전 삶에 대한 문제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고민을 했던 이 우창군이 오늘 이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 이경은 양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이우창 군과 이경은 양은 평생의 친구로서 인생에 대한 고민과 사람관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것입니다.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 걸어갈 동행이며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진심으로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이우창군은 생각이 깊고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며 차분하게 인간관계를 맺어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합니다. 이우창군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꾸준하게 노력하여 성취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지닌 최고의 능력은 뛰어난 재주나 기술이 아니라 노력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김선미 양도 10년 정도의 사회생활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활 태도를 배웠으며,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삶의 재산으로 지닌 사람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두 분에게 주례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2. 결혼이란 무엇인가?


(1) 두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맺어 오늘 결혼을 합니다. 두 분은 손을 꼭 잡고 두 사람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두 사람에게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의미가 되는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곱게 옷 차려입고 고운 마음으로 사랑을 맹서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며 평생을 살겠다고 약속하는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가슴에 서로를 새기는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서로의 가슴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고, 서로의 마음에 문신 새기듯 얼굴을 새기고 마음을 새기는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평생에 오늘 같은 날은 없습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一期一會(일기일회)라고 합니다. 오늘은 두 사람이 “전 생애를 살아가면서 만나는 단 한 번의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 평생 만날 것을 세상과 약속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一期一會)입니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입니다. 지금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두 사람에게 주어진 길고 어려운, 그러나 가장 행복한 삶의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이우창 군과 이경은 양은 혼자 살아온 시간보다 “함께 사랑하며 살아 갈 삶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함께 살아갈 더 많은 시간 동안 서로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서로에게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만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눈뜨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가장 멋있는 시(詩) 구절로 안부 전하고 싶은 사람, 눈감으면 메밀밭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웃음으로 다가오는 사람, 퇴근하면 “밥 먹었어”하고 묻는 사람,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 사진 찍어 보내는 사람, 아침 찬 기운이 느껴지면 옷 두껍게 입고 가라며 걱정하는 사람, 먼 길 떠나도 길동무되어 꼭 함께 가고 싶은 사람,  “아! 저게 사람 마음이야 ”하고 감동을 주는 사람, 위험에 처했을 때 이 세상을 위해 살려두고 싶은 꼭 한사람.........그 사람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이우창 군에게 이경은 양이 바로 그 사람이고, 이경은 양에게 이우창 군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2) 결혼은 사랑받는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일입니다. 오늘 두 분은 결혼을 통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혼자 생활할 때와는 다른 생활이 찾아옵니다. 아내를 기다리며 애태우기도 해야 하고, 아내의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용돈도 드려야 합니다. 남편의 고민도 들어야 하고, 남편의 부모님께 안부 인사도 여쭈어야 합니다. 또한 내가 알지 못했던 상대의 모습을 볼 것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과 습관을 볼 것입니다. 심지어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모습도 볼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말을 듣고 행동도 볼 것입니다. 결혼은 바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 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습, 내가 싫어하는 모습까지도 감싸 안는 일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3) 결혼은 다툼이 없는 생활이 아니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생활습관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다툼과 생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다만 다툼을 대화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면서 이야기하고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시기 바랍니다. 인격에 대한 이야기나 상대 집안의 형편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야 합니다. 상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이해와 인정이 최선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귀담아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부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상대의 잘못이 집채만큼 커 보이고, 내 손톱 밑의 상처가 무척 아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내 잘못은 보이지 않고 상대의 잘못과 실수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상대의 아픔은 느끼지 못하고 내 조그만 아픔이 크게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시간을 갖고 기다렸다가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내 감정과 아픔과 실수를 가라앉히고 다스리는 인내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사랑은 기다리고 참아내며 온유하며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입니다.



(4) 결혼은 친구를 사귀는 일과 같습니다. 인디언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상대의 아픔과 슬픔을 내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부부의 연을 맺어 두 분은 서로서로 가장 먼저 상대의 아픔을 발견하여 이해하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단점과 실수를 감싸 안아 주는 친구”처럼 서로 사귀어 가시기 바랍니다. 장점은 두 분이 아니어도 누구나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과 실수는 친구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이 살면서 서로의 단점과 부족함을 탓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감싸 안아 다독이는 사랑을 나누며 친구처럼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5) 결혼은 함께 처지를 겪으며 함께 삶의 경험을 만들어 나누는 일입니다. 함께 아이를 낳고, 함께 집을 마련하고, 함께 어려운 처지를 겪고, 함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겪고 나누는 일입니다. 가장 힘든 그 시간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함께 영광을 나누는 일입니다. 곁에서 삶의 시간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함께 병원에 달려가고, 부모님이 아프면 함께 찾아뵙고 위로를 드리는 일입니다. 내 손에 장갑이 있고, 상대가 장갑이 없으면 내 장갑을 벗고 함께 추운 날씨를 견디는 일입니다. 나만 우산이 있고 상대가 없으면, 우산을 들어 씌워주는 것보다 함께 비를 맞는 일입니다. 함께 처지를 겪으면서 사는 일입니다.


3. 자녀 교육에 대하여


(1) 이우창 군과 이경은 양은 사랑으로 한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에 공헌하시기 바랍니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중히 하여 생명을 잉태하고, 잉태된 생명은 정성을 다해 키우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아이를 낳고, 그 아이로 인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권력을 얻고 명예를 얻고 부를 얻는 일보다도 한 생명을 건강하게 키워 세상의 희망이 되고 세상의 꿈이 되게 하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2) 자녀는 온 정성과 끊임없는 관심으로 키우시기 바랍니다. 자식은 부모의 욕심으로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욕심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해치는 방해꾼입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을 해서도 안 되며, 과잉보호를 하거나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부모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온전한 관심 속에서 스스로 크는 존재들입니다. 들판에 있는 벼가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이, 자녀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성장합니다. 항상 자녀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아이가 잠자고 있으면 이불을 덮어주고, 등 뒤에서 꼭 껴안아주며, 아이가 울면 혼내지 말고 우는 이유를 생각하고, 늦으면 마중 나가고 멀리 떠나면 배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녀는 하늘이 감동할 만큼 정성과 사랑으로 키우시기 바랍니다. 자식은 부모의 걱정과 근심으로 성장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걱정은 부모와 자식 간의 행복한 삶을 훔쳐가는 도둑과 같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하면 자식은 불안하여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부모에게 자꾸 의존하려 합니다. 자녀는 걱정보다는 관심과 정성으로 키우시기 바랍니다.


(3) 자녀에게 물질적 혜택을 주는 부모보다는 자녀에게 인생의 꿈을 주는 부모가 현명합니다. 자녀의 꿈은 돈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꿈을 파는 가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녀와 함께 아이의 꿈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꿈이 보입니다. 자녀가 꿈을 갖도록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녀와의 대화입니다.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함께 여행을 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대화는 부모가 먼저 말하고 훈계하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일 때 가능합니다. 들어줄수록 아이는 자기 속에 잠재된 가능성을 꺼내어 이야기 합니다. 아이의 꿈을 만드는 과정은 샘물을 퍼내는 이치와 같습니다. 샘물은 퍼 올릴수록 솟아납니다. 샘물을 퍼 올리지 않으면 고인 물이 되고 썩은 물이 되어 더 이상 솟지 않습니다. 꿈을 만드는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정중하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아이는 샘물을 퍼 올리듯 자신 속에 있는 가능성을 퍼 올리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자주 정성을 다해 들어주는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끄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도 들으면서, 아이들과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듣는 만큼 이야기하는 법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해하는 만큼 자기 삶을 보여줍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게을리 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행복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4) 자녀와 부모는 문제가 있을 때만 만나는 사이가 아닙니다. 문제가 있을 때 만나면 훈계하고 잔소리하고 회초리 대는 부모가 되기 쉽습니다. 자녀와 만날 때는 행복하고 좋은 일을 갖고 만나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 품에 있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혼내고 서로 불편하게 만나는 것보다는 행복하고 좋은 일로 만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 일 년에 한 번은 자식에게 편지를 쓰시기 바랍니다.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내용을 담아 정성을 다해 쓰시기 바랍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아이들 손을 잡고 책방에 가시기 바랍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 먹는 공동 식사시간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함께 따뜻한 밥과 국을 만들어 식사를 하면서 눈을 맞추어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모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감사와 배려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과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5) 부모는 자식의 허물도 감싸 안고 가는 사람입니다. 자식을 통해 영광을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자식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로써 자식을 사랑하고 존중하여야 합니다.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존재들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들에게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제공하고 삶의 희망과 꿈을 줍니다. 충분하게 행복할 권리가 있고, 충분하게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존재들입니다. ‘내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부부가 뜻을 모아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면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 되며, 그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줍니다.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며 이 세상 그 누군가의 인생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식의 허물조차 사랑하는 일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자식의 부족한 부분조차 사랑하는 일이 사랑입니다. 자식의 장점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지만 자식의 허물은 부모만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4. 부모님께 효도하기


이우창 군과 이경은 양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됩니다. 자식을 낳아보아야 부모의 심정과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그 누군가의 부모이며 자식입니다. 부모는 “어머님! 아버님! 사랑합니다.” 하는 자식의 편지 한 통이면 행복합니다.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전화 한 통이면 행복합니다. 부모님께 자주 전화 드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모님께 효도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님께 대단한 선물로써 효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 많은 용돈을 드려야 효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며 삶의 시간을 나누는 일이 효도하는 것입니다. 자주 찾아뵙고 부모님의 이야기의 귀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산행도 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행복한 일과 추억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만나면 나눌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사연을 만들어, 서로서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입니다. 부모님도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사랑하는 일은 바로 부모님의 힘든 삶을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함께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나누며, 그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곁에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자식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십시오. 부모님의 아픔과 슬픔을 꼭 껴안고 사랑하십시오..... 부모님의 장점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부모님의 단점은 자식인 나만이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두 분은 부모님의 어깨가 굽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큰 산 같고, 거대한 우상 같았던 부모님이 이제는 주름살 패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두 분이 부모님을 보살펴 드릴 시간입니다. 두 분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비가 오면 어깨가 젖으면서도 여러분의 어깨를 감싸 안아 비를 막아 주었습니다. 이제는 두 분이 우산을 들어 부모님의 어깨를 적시는 비를 막아주어야 합니다. 두 분을 부모님은 품에서 떠나보냈지만, 이제는 두 분이 양가의 부모님을 찾아 행복을 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5. 가정과 세상의 관계에 대하여


결혼 생활이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동행의 과정입니다. 힘들면 서로 기대고, 지치면 쉬었다 가고,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가는 동행의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아내가 너무 늦으면 기다려주고, 남편이 너무 빨리 걸으면 잠시 기다리라 이야기 하고, 함께 걸음을 맞추면서 천천히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너무 서둘거나, 너무 조급해하면 그래서 차이가 나면 서로가 힘들어 집니다. 함께 걸음을 맞추기 위해 양보하고 자신을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 만나 부부로서 사는 일은 새로 신은 구두가 내 발에 익숙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을 양보하는 아픔의 과정이 필요하듯, 기다리는 시간과 양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구두를 신으면 불편하고 발뒤꿈치도 벗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픔의 시간이 지나면 그 구두는 내 발에 가장 익숙하고 편한 신발이 됩니다. 부부가 서로 만나 사는 일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양보의 과정을 거치면 가장 편한 상대가 됩니다. 먼저 양보하고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두 분은 두 사람의 행복한 인생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향해 두 사람의 인생을 활짝 열어놓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의 인생을 가꾸면서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자식을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만 서로 바라보고 살다 보면 좁은 인생의 테두리 안에 갇히기 쉽습니다. 두 사람에게 너무 매이지 말고, 아내는 남편의 꿈과 삶을, 남편은 아내의 꿈과 삶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정을 이끌고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부부란 서로를 마주보며 두 사람의 이기성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함께 바라보며 세상으로 걸어가는 일입니다. 한 곳을 함께 바라보면서 부모님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자식을 향해 마음을 열고, 친구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내 집을 황금잔디로 덮었더라도 집을 나서면 진흙길을 걷는 법입니다. 두 분이 행복하려면 내 가정뿐만 아니라 내 가정이 존재하는 세상도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세상에서 두 분의 행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두 분의 마음과 두 사람의 가정도 함께 열려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두 사람의 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문제들이 많습니다. 내가 직접 가담하지 않았어도 책임져야 할 일이 있고, 내가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어도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도 있고, 간밤에 길에서 얼어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며 살아야 하는 곳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세상의 문제들과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또한 가정은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가정 속에서는 사회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윤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가정에 투영된 사회의 모습에도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을 하면서 두 분의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두 분의 가정이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뜻을 모아 서로를 가슴에 새기고, 서로의 마음을 문신 새기듯 가슴에 새기면, 세상은 두 분이 가고자 하는 길을 활짝 열어 줄 것입니다. 두 분이 결혼하는 것은 세상의 뜻입니다. 이 세상과 사람들은 두 분의 결혼에 큰 기대를 걸고 소망을 빌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두 분의 모습을 통해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세상에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의 결혼은 이 큰 우주의 인연입니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씨줄과 날줄로 만나 얽힌다는 것은 거대한 의미이며 세상의 영광입니다. 그 인연을 꼬옥 매듭지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6. 결혼한 부부에게 드리는 선물


오늘 주례를 마치면서 이우창 군과 이경은 양에게 제가 마음으로 읽는 시 <한용운 님의 인연설>과 <인디언들의 결혼에 관한 축시>와 <정호승 님의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 세 편을 선물로 드립니다. 이 시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두 분 한 평생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한용운님의 인연설>         

        1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2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 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두 사람 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정호승의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감사합니다. 두 분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양가를 대신하여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신 하객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09년 11월 07일 오후 2시 30분 주례 박 승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