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위선환의 <해동기>

nongbu84 2010. 1. 5. 18:06

해동기       

 

 기러기 몇 마리가 한 줄로 날아서 임진강을 내려왔다

 

기러기들의 아랫배가 강바닥에 스치고 닿았다 강바닥에서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놀 들고 전신이 물들자 여자는 말없이 누워주었다

  훌훌 벗더니 제 몸 위로 강을 끌어올리고는 얇다랗게 말갛게 유리판같이 얼었다

  여자는 가린 것 없이 들여다보였지만

  어떡할까,

  나는

  망설이다 말았다

  내가 다 벗고, 맨살로, 놀빛 비낀 겨울강의 살얼음판 위에 엎드릴 것인가

 

  강이 녹고 여자도 녹아서 흠뻑 젖을 무렵 햇살 환한 날 다시 찾아가서,

  무겁고 울퉁불퉁한 내 몸을 보여주고

  한 번 더 누워주겠느냐고 물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