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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측량사

일몰 측량사                                                                                                                                             박 승 균 먼 바다 파랑주의보가 내렸지만 쨍쨍한 하늘, 소한치고는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그대가 살던 항구의 뒷골목을 지나 안내도에서 사라진 꼬들꼬들한 항로를 추억할 때 선착장에 정박한 목선의 깃발이 펄럭였습니다 만남보다는 이별이 익숙한 대합실,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선 목포의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채널은 상큼한 미래보다 비린 과거를 고정해 놓았습니다 노둣길을 가로질러 걸으며 훗날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해안의 구비를 돌고 언덕의 고비를 넘어 남쪽의 맨..

閼雲曲 -시 2024.12.12

그해 봄

그해 봄박 승 균1   마을 공터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었지만 방문객은 하나도 없었다 볕이 종일 쏟아져 내렸으나 하루하루는 네모난 달력 속에 갇혔다 봄 잠바처럼 가벼운 불안이 일었다   2   시인은 방문을 닫고 외출한지 오래, 일상이 난간에서 대롱거릴 때마다 목련나무가 검은 꽃잎을 하나씩 뱉어냈다 텅 빈 거리를 길고양이 몇 마리가 쏘다녔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말없이 뒷걸음치고 골목의 벽과 벽은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대문 앞에 버려진 거울 속에는 금간 자화상으로 넘쳐났다   3   술집에서 낭만주의자 시인을 기다렸지만 미닫이문은 열리지 않았다 가시 돋은 혀로 서로의 고통을 찌르던, 주정 같은 사랑은 탁자 위에서 식어갔다 쭈그러진 한숨만 주전자처럼 놓여 있었다  4   쾍쾍, 숨쉬기 힘들어..

閼雲曲 -시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