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의 약력 - 신발 속에는 억새울음 한 말 담겼다. 신발의 약력 신발은 세계 공용의 언어다. 신발을 보면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몸짓을 갖고 있다. 신발은 가난이라는 남루한 역사를 지닌다. 가난한 삶을 이끌었던 시절을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다. 1. 나의 짝짝이 장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주워온 짝짝이.. 牛步萬里-나의 삶 2015.11.04
길 길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하는 것, 그것은 비겁함이다. 억울한 일이 벌어져도 나만 당하지 않으면 되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도 나만 피해 다니면 되는가 눈물조차 마른, 울음소리조차 낼 .. 牛步萬里-나의 삶 2015.09.14
고사리 고사리 아기가 섬마 섬마 일어서다 넘어지고, 넘어지다 일어선다. 마늘 잎에서 이슬방울이 마를 동안 아기가 걸음을 떼어 놓자 햇살도 덩달아 찬란하게 걷는다. 아기가 죔죔 손을 오므렸다 펴고 오른손 검지로 왼 손바닥을 곤지곤지 찍자 우주는 배가 간지럽다. 동백꽃이 툭, 탯줄을 끊는.. 牛步萬里-나의 삶 2015.05.21
친구 친구 친구가 손톱 밑의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는 날 나는 뒤란의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빗방울 떨어진 자국에 눈물 쏟아 담는다 친구가 맷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날 나는 허허로운 들판에 서서 바람에 티끌을 날리듯 마음바심을 한다 친구가 뒷산의 노을처럼 슬퍼지는 날 나는 뒷산.. 牛步萬里-나의 삶 2015.03.06
바람의 눈물 바람의 눈물 온 몸을 부르르 떤다 스스로 저를 흔드는 것들 성찰 없는 비듬을 털어내는 몸짓, 거기에서 바람이 분다 들판에 흔들리는 것들 뿐 노을이 흔들리고 들판이 흔들리고 흔들려 산은 강으로 넘어지고 강물은 몸을 뒤척이고 연어는 알을 낳은 채 한 생애를 마감하고, 바람이 흔드는.. 牛步萬里-나의 삶 2015.03.06
눈길ᆢ말길ᆢ맘길 천천히 보다 천천히 가다보면 아니 가다 멈추면, 눈 맞추어 눈길 트고 눈길 트면 말문이 열리고 말문 열리면 마음이 지나는 물길 흐르고, 맘길 흐른 물길로 축축한 생활과 곤궁한 처지와 오랜 시간 사랑이 넘나들고 그 넘나드는 물길위로 겪으며 자리잡은 징검돌 몇개 고개불쑥 들어올리.. 牛步萬里-나의 삶 2014.12.26
노란 등불 달린 주막 1. 지난 밤, 꿈을 꾸다 .................................................................................................................................... 지난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주막의 아랫목에서 등 따숩게 누워 있는 사내의 꿈이었습니다. 그 주막의 앞마당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오랜 세월 ‘그 주.. 牛步萬里-나의 삶 2014.11.07
친구 친구 1. 내 어릴 적 꿈은 전봇대의 꼭대기에 올라가 보는 일이었다. 그 꼭대기에 올라가 세상을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곡식을 이고 돈을 사러 장 고개를 넘어간 날에는 더욱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키는 너무 작았고 전봇대의 손잡이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럴 때면 심술이 났고, 짱.. 牛步萬里-나의 삶 2014.09.18
사람과 사람사이 1. 사람과 사람의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는 섬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 섬에는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새가 하늘을 날고, 어떤 어둠이 내리고, 안개가 어떻게 피어오를까? 사람과 사람이 서로 바라보며 가고 싶어 하는 섬은 어디에 있을까? 조약돌이 오줌 누는 소리에 있을까? .. 牛步萬里-나의 삶 201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