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람이에게 봄볕이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를 파고들며 굴절되는 모습이 엽서의 배경 같은 느낌을 준단다. 학교를 산책하다가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스무 살까지 매년 두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서른 살이 가까워진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은 수줍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사는 일을 높은 산에 오르는 일에 비유하여 생각했는데, 요즘은 사막을 걸어가는 일로 생각한단다. 산에 오르는 일이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반복되는 생활을 겪은 탓일 것이다. 사막을 걷는 일은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하여 길을 가고 또 걸어가는 일이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존재의 기쁨을 안겨주기 때문일 거란다. 하람아! 과거는 되돌아볼수록 삶의 교과서 같은 거라서 반성의 계기가 되고 현재는 부족하고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