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의 내 삶
1. 2학년 철학수업시간에 어느 학생의 "아버지"에 대한 글
아버지란 단어....참 이상할 정도로 안정을 주는 말입니다.
나만 그런 것일까요? 난 이글을 읽는 당신이 아니기에 잘 알진 못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건축업에 종사하십니다. 건축업 중에서도 '미장이'란 직업입니다. 벌써 열여덟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이렇다'고 말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오늘까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대강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나와 함께 웃고 농담하고 떠들며 마치 나의 친구처럼 생각되는 아버지이고, 다른 하나는 무서움과 슬픔이 동시에 묻어나는 아버지입니다.
나의 친구인 아버지는 열 여덟살이 됩니다. PC앞에 앉아 테트리스를 켜달라고 합니다. 한 3-4분 쯤 있다가 모니터를 보면 언제나 게임 오버라고 써 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방바닥을 떼굴떼굴 굴러서 어느 순간 딱 멈추십니다. 그 멈추신 곳은 바로 TV앞.....
실컷 TV를 보고 웃으시다가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하는 말씀.
"넌 공부나 해!" 어이없는 웃음만 나옵니다.
반면에 슬픔과 무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버지.
사실 무서움보단 슬픔이 더 많이 나타나는 아버지입니다.
그때는 아버지가 취해서 집에 들어오신 날이었습니다.
때로는 신세한탄, 또는 화를 막 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날도 언제나처럼 아버지 말씀의 결론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처럼 힘든 일 하지 말고 사무실에 앉아서 펜이나 돌리면서 일하라는 것입니다.
그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왜냐구요?
저를 낳은 아버지가 당신을 닮지 말라고 하시려고 얼마나 마음속으로 울었을까를 생각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랑 나랑 둘이 놀다오라고..
난 아버지와 노는 것이 즐겁고 당연히 간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 차를 타고 한 시간 후에 도착한 곳은 공사현장.....
난간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계단을 타고 5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아빠 일을 도우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뼈가 굳지 않아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확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커서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꺼야"란 다짐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소원은 인부를 한 명이라도 줄여서 내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난 가끔밖엔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2001.03.16. 여름지기가 한 학생의 노트에서 퍼온 글입니다.
2.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
어느 날 밤 늦은 새벽 혼자 터벅터벅 걸어 골목길로 접어들면 오직 내 발자욱 소리만이 들립니다.
문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바늘침처럼 다가 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를 "반성"이라 합니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면서 거울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다듬고 옷맵시를 단정하게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반성의 행위에 해당합니다.
거울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도 물을 떠놓고 자신의 용모를 비추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의 반성 중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과 행동에 자신의 삶과 생각과 행동을 비추어 보았던 반성"은 너무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물에 자신을 비추어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 속에 자기를 비추는 일은 자신의 외모만을 가꾸는 데 열심인 현대에는 더욱 필요한 일입니다.
다이어트라는 신흥종교(?)가 생겨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의 마음에 자기를 비추어 보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반성의 과정중에 자기를 되돌아 보는 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움켜쥐고 낱낱이 살펴보고 옳은 삶이 무엇인가 아름답고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를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은 그냥 저냥도 살아갈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다 보면 아름다움, 훌륭함등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중 최고의 가치는 가장 진실되고 가장 선하고 가장 아름다운 진, 선, 미의 가치들입니다.
오늘 밤 내 삶이 훌륭해지고 아름다워 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으면 합니다.
나는 이 우주안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가 존재하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의미 있고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책상을 쓰다가 고장나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되고
연필은 부러지면 새로 깎아 쓰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들 자신은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대체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귀중한 존재입니다.
또한 나는 단 한번뿐인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삶은 두번의 기회가 아닙니다.
오직 단 한번의 기회로 주어질 뿐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을 내 삶에서 다시 반복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미래의 시간을 앞당겨 살수도 없습니다.
반복이 없고 같은 경험이 두번 지속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만큼 내 인생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나는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도 있고 그 누군가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살펴보면 내 자신의 어머니의 기대이고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머니가 나로 인해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오늘 어머니의 얼굴 표정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얼굴 표정이 나로 인해 더욱 환한 웃음으로 바뀔 수 있는 나의 삶을 드리십시오.
손 잡아 보면서 발을 닦아 드리는 우리반 친구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01.03.17. 밥비벼먹던 날 여름지기 적다.
3. 우리들은 새로 만났습니다.
우리들은 처음 맺어보는 인연입니다.
우리들은 이 우주안에서 모래알 한 알과 바로 몸 부대끼는 그 옆자리의 모래알 한 알 처럼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래알도 큰 바위덩이로 따로따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과 세월 속에서 서로 만나 몸 부대끼면서 이쁜 모래알이 되었을 것입니다.
모래알이 모여 거대한 사막을 만들고 그 안에 오아시스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것은 그안에 샘물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래알과 모래알이 질긴 인연으로 만나듯,
우리 14반 친구들고 질긴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우리들이 서로에게 좋은 추억이 되고
우리들이 서로에게 질긴 인연으로 자리잡고
우리들이 서로에게 희망이 되고
우리들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치 새로 산 구두가 내 발에 익숙하고
가장 편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치와
닮았습니다.
구두를 새로 사면 내 발 뒷꿈치가 까지는 아픔이 필요 하고
내 살을 내어주는 양보도 필요합니다.
또 구두가 내 발의 모양과 걸음걸이 스타일에 따라 이리저리 굽어지고 닳아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내 발과 구두가 서로의 모양에 맞추어 가다 보면
가장 편하고 익숙한 상태에 도달합니다.
구두와 발이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철학적으로는 "인간관계를 맺는다"과 합니다.
올 한해 우리반 친구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때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친하고 익숙한 친구 사이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사람을 사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내 아픔과 양보를 통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1.03.19.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여름지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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