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어찌하여 꼭((何必) 그날 밤 까치는 씨앗을 물어왔을까 감나무가 담 밑에 자라 꽃이 피고 여름내 자라기를 몇 해 하더니, 감나무는 이웃집 계집애가 보고 싶다며 담 너머까지 가지를 척 내주는 것이다 방문 틈으로 눈길까지 뻗더니, 가을에는 가지 끝에 옹그려 모은 손길을 붉게 매달아 가지마다 홍시가 연등처럼 확 켜졌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가정 방문 오셨다 우리 집의 사는 형편을 살피고 마루에 앉아 어머니와 몇 마디 나누시더니, 시렁위에 올려놓은 석양(夕陽)을 지고 가신다 나는 뒤란에서 숨어 보다가 겨우내 재워둔 감을 꺼내 대접에 담았다 밭둑길을 가로질러 선생님, 선생님, 가던 길을 붙들어 두 손으로 그릇을 부끄럽게 내밀었다 그 안에서 살얼음 낀 홍시는 파르르 녹았다
담을 넘는 감나무의 몹쓸 손버릇, 뼛속까지 파고들어 헤어날 수 없지. 그 견딜 수 없는 유혹, 그 참을 수 없는 욕망, 볏 동가리에 숨겨둔 밀주(密酒)를 면사무소 감시원과 함께 마시는 아버지의 술잔을 훔쳐 본 이후 더욱 깊어졌다 하필 올해도 감꽃은 여전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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