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파문波紋 - 생선가시

nongbu84 2018. 10. 18. 13:03

 

파문波紋 - 생선 가시

 

자작나무가 하얀 홑청 같은 햇살을 끌고 산을 넘고 있다 저녁밥을 먹다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다 바늘 같은 게 목구멍에 달라붙은 것이라 허기를 채우는 종족에게 금식은 치명적인 기도이어야 했다

 

살점 발린 죽음의 한 가닥, 저도 한때는 생생하게 자맥질을 치던 등 푸른 여름이었으리라 깊은 바다에서 산호 같은 화려한 사랑을 하며 햇살이 떨구는 비늘을 자주 먹었을 것이다 수평선 너머의 노을을 향해 뛰어 오르면 의 비린내가 진동했으리라 푸른 힘줄로 감싼 등뼈가 뻐근한 게 가슴 벅찼었지만,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못하는 과거, 우리의 입맛은 아물지 않은 상처에 길들여져 있어 삶의 허기는 역사가 된 통증을 발라 먹었으니 물고기의 등뼈는 꼬리를 향하여 활처럼 휘어진 가시를 달고 있던 것이다 가장 오랫동안, 가시들은 헤엄쳐 온 먼 길을 가리키는 모의를 음흉하게 시도 하였으니

 

바다는 작은 돌맹이 하나에도 푸른 멍이 들고 목구멍에선 자주 울음소리가 났던 것이다 물 위의 파문波紋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푸른 바다 물에 날개를 적신 나비가 목에 걸린 별을 뱉어내는 저녁이 있기 때문이리라


 

 

'閼雲曲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쉰살  (0) 2018.10.25
홍어  (0) 2018.10.19
점이지대  (0) 2018.10.12
사이 間  (0) 2018.10.12
꽃무릇  (0) 201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