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그해 겨울 새벽

nongbu84 2018. 11. 29. 10:56

 

그해 겨울 새벽

 

눈발이 쌓여 모든 길이 막혔다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대의 차도 다니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기차를 타고

눈 속으로 사라진 사람,


네가 내게로 오던 길도

네가 내게서 가던 길도 모두 막혀

대문을 걸어 잠갔다

내가 네게 가던 기억도

네가 내게 오던 기억도 발이 묶여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언 발을 녹일 틈도 없이

사랑하던 사람을 태우고

눈 속으로 사라진 마지막 기차,

 

이별은 슬픔을 얼려 놓은 빙과氷菓 같아

깨물수록 시린 치통은 심해졌다

이별은 눈에 젖은 교회 종소리 같아

울릴수록 급체한 침묵은 경련을 일으켰다

 

살아보면 지독한 사랑의 뼈아픈 후회도

마지막 기차의 역병疫病같은 이별도

모두 쏟아져 쌓인 폭설 같은 것인데,

저 폭설쯤이야 저 폭설쯤이야

눈 덮인 廣場 한 가운데 얼굴 내민

빨간 산수유 열매 몇 알 같은 것인데

 

드넓은 광장의 낯선 고립은

금간 복숭아뼈의 통증처럼

한 발 떼려 하면 저려오는 것이라

문 앞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유리창에 핀 성에꽃을 바라보다가

나는 무덤처럼 눈을 감았다

불 꺼진 난로 위에 혼자 앉아있는

검은 눈동자의 고양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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