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라지고 내가 준 것들만 남는다.
내가 누군가를, 그의 이름으로 불러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돌아서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큰 삶의 위안인가
내가 누군가를, 그의 모습으로 사랑하여
또 함박눈까지 내리도록 무릎 꿇어 기도하는
장독대는 얼마나 소중한 삶의 뒤꼍인가
내가 누군가를, 그의 마음으로 기도하여
더구나 뜨겁게 달아오른 보름달까지 품는
솔숲은 얼마나 행복한 삶의 인연인가
그리하여 내가 그 누군가에게 준 것들만 남고
내가 욕심내어 얻은 것들은 낱낱이 사라지는
죽음이 오는, 아주 작고 사소한 어느 날은
얼마나 찬란한 삶의 순간인가
- 사랑은 내가 사라지고 내가 준 것들만 남는 하루를 사는 일이다.
ᆢ